옛날 이야기 중에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 기발한 지혜와 통찰력을 보여주는 전래동화들이 많습니다. 오늘 소개할 “망부석 재판” 이야기도 그런 작품 중 하나입니다.
비단장수가 잃어버린 비단을 찾기 위해 펼쳐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 속에서, 현명한 원님은 교묘한 방법으로 진짜 도둑을 찾아냅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유머와 교훈을 넘어, 인간의 심리와 지혜의 힘을 다루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전래동화 : 망부석 재판
옛날 옛적에 한 비단장수가 시골길을 따라 비단 보따리를 짊어지고 힘겹게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어깨야… 다리야… 이 길은 왜 이렇게 멀기만 한 걸까.”
장수는 멈춰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침 길가에 있는 커다란 ‘망부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그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자, 피곤했던 장수는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상한 기분에 눈을 번쩍 떴습니다.
“어? 이게 뭐야? 내 비단 보따리가 사라졌잖아!” 놀
란 비단장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자신의 짐을 찾아보았지만, 흔적조차 없었습니다.
낙심한 장수는 고민 끝에 소문으로만 듣던 명판관이 있는 고을로 향했습니다.
“이 원님이라면 꼭 내 짐을 찾아줄 거야!”
장수는 그렇게 원님의 관아로 들어갔습니다.
원님은 장수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는 뜬금없는 말을 했습니다.
“음, 이 사건을 해결하려면 망부석을 잡아다가 심문해야겠구나.”
장수는 이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망부석을 심문한다고요? 그건 그냥 돌 아닙니까?”
하지만 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히 말했습니다.
“그 망부석은 네 짐이 사라질 때 그 자리에 있었으니 반드시 뭔가를 알고 있을 게야. 가져오너라!”
관아의 하인들이 산에서 커다란 망부석을 힘겹게 옮겨왔습니다.
“대체 이 돌이 무슨 말을 한다는 거야?”
구경꾼들도 호기심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원님이 심문을 시작했습니다.
“이 망부석! 네가 비단장수가 쉬고 있을 때 그 자리에 있었으니,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을 터. 어서 바른대로 말하거라!”
원님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다루듯 망부석에게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돌이 무슨 대답을 할 리가 있겠습니까?
망부석은 당연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러자 원님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꾸짖었습니다.
“네 이놈! 범인과 짜고 비단을 훔친 게 아니더냐! 어서 실토하지 않으면 크게 벌을 줄 것이야!”
이 어이없는 광경을 본 구경꾼들은 “하하하! 원님, 돌이 말을 하겠습니까?” 하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원님은 갑자기 얼굴을 굳히며 말했습니다.
“시끄럽다! 재판 중에 웃는 자는 모두 공범으로 간주하겠다! 사령, 이들을 모두 잡아 가두거라!”
구경꾼들은 깜짝 놀라 도망치려 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모두 포박되어 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며칠 뒤, 옥에 갇힌 사람들은 원님을 찾아와 애원했습니다.
“원님,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그러자 원님은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좋다. 그 대신 너희는 3일 안에 비단 한 필씩을 가져오너라. 그리하면 풀어주겠다.”
결국 구경꾼들은 제각기 비단을 구해 원님께 가져왔습니다.
원님은 이를 받아들며 비단이 어디서 온 것인지 물었습니다.
모든 이들은 “산 너머의 어떤 장사꾼에게서 샀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원님은 곧바로 산 너머 장사꾼을 잡아오라 명했고, 드디어 범인을 찾아내게 되었습니다.
“네 이놈, 비단을 훔친 것도 모자라 몰래 팔기까지 하다니! 당장 죄를 인정하고 원래 주인에게 비단을 돌려주거라!”
범인은 고개를 푹 숙이며 자신의 죄를 모두 인정했고, 비단장수는 잃어버린 비단을 모두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원님의 지혜에 감탄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명판관이 있어 참 다행이야! 망부석 재판이라니, 정말 기발하지 않은가?”
비단장수 역시 감사를 표하며 무사히 자신의 길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원님의 현명한 판단과 기발한 재판은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 동안 이야기로 전해졌고,
이후로도 이 고을은 범죄가 없는 평화로운 곳으로 남게 되었다고 합니다.
교훈과 메시지
“망부석 재판” 이야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메시지는 지혜와 통찰력의 힘입니다. 단순히 도둑을 잡으려 했다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진실을 밝히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님은 망부석에게 말을 걸며 범인을 노출시키는 독창적인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처럼 보이지만, 결국 도둑을 잡아내는 데 성공한 지혜로운 판단이었습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허위와 거짓말은 결국 드러난다는 교훈도 전달합니다. 범인은 처음에는 비단을 훔친 사실을 감추었지만, 원님의 지략과 심리적 압박으로 인해 결국 자신의 잘못이 밝혀지고 말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정직과 도덕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웃음 속에서 교훈을 얻는 전래동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망부석을 재판한다는 설정은 독자를 웃게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교훈은 진지하고도 깊은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동화가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생의 지혜를 전달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임을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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