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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학문적 특성 – 경영은 왜 학문이 되었을까?

삶을 그리다 2025. 6. 20. 18:42

경험을 넘어, 과학으로 – 경영이 학문이 되어야 했던 이유

누군가에게 경영학은 ‘현장의 기술’이다. 실전에서 부딪치며 배우는 생존의 노하우이고, 사람과 돈, 시간과 정보를 돌리는 실무의 기술이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 경영학은 ‘이론의 학문’이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원리를 찾고, 변수 간 인과를 밝히며, 조직과 시장의 움직임을 설명하려는 학문적 탐구의 결과다. 이 두 관점은 얼핏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경영학의 본질을 동시에 보여주는 쌍둥이의 얼굴이다. 경영은 경험과 이론, 실천과 연구, 기술과 철학을 모두 아우르는 다차원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명확해진다. 왜 경영은 ‘학문’이 되어야 했을까?

경영학의 학문적 특성


경영은 오랜 시간 동안 ‘경험자의 영역’이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 장인에게서 도제로, 직장에서 선배에게서 후배에게로 전수되는 살아 있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산업이 복잡해지고 조직이 대형화되면서, 직관과 경험만으로 경영하기에는 한계가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건은 산업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반, 대규모 기업과 관료조직의 출현은 조직 운영의 복잡성을 급격히 증가시켰고, 더 이상 감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시스템적으로 분석하고, 과학적으로 의사결정해야 하는 환경이 도래한 것이다.

경영은 이제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일관된 원리에 따라 작동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영은 하나의 학문적 탐구의 대상이 되었다.

 

경영학은 단일한 이론이나 체계로 환원되지 않는다.

경영이 다루는 대상 자체가 너무나 복합적이고, 맥락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집단, 시장과 제도, 기술과 문화가 모두 경영의 연구 대상이다. 이로 인해 경영학은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철학, 통계학 등 다양한 학문과 끊임없이 교차하며 발전해왔다.

 

경영학이 흔히 ‘융합학문’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 행동을 연구할 때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이 필요하고, 조직구조를 설계할 때는 사회학과 정치학 이론이 적용되며, 투자와 재무를 다룰 때는 경제학과 계량분석이 요구된다. 이렇게 경영학은 복잡한 현실을 다루기 위해 다양한 학문적 렌즈를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종합 학문으로 진화해왔다.

 

또한 경영학은 단순히 이론을 위한 이론에 머물지 않고,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적 지혜를 추구한다.

기업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조직 내에서 사람들은 왜 갈등하고 어떻게 동기부여되는지, 기술 변화에 맞춰 어떤 혁신이 필요한지 등, 경영학은 늘 현실의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이 점에서 경영학은 ‘실용적 학문’이자 ‘정책 지향적 학문’이다. 연구자는 복잡한 문제에 이론으로 접근하지만, 그 궁극적 목적은 더 나은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한 것이다. 이처럼 경영학은 실천과 이론의 중간지점에서 양쪽을 모두 아우르며 진화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학문이다.

 

오늘날 경영학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병원, 학교, NGO 등 다양한 조직에 적용되고 있으며, 1인 크리에이터나 스타트업 창업자 같은 개인에게도 필수적인 지식이 되었다. 동시에, AI, ESG, 플랫폼, 디지털 전환 등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며 새로운 학문적 쟁점을 발굴해가고 있다. 이처럼 경영학은 끊임없이 변하는 현실을 추적하고, 그 속에서 일관된 원리와 대안을 찾아내는 ‘살아 있는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러한 경영학의 ‘학문적 특성’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보고자 한다. 경영학이 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학문이 되었는지. 그것이 다른 학문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실무와 이론을 어떻게 연결하고 융합해왔는지. 이러한 탐색을 통해, 우리는 경영을 단지 기술이나 자격증 공부로 여기는 시각을 넘어서, 경영학의 철학과 체계, 그리고 존재의 정당성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경영학은 결코 표면적이지 않다. 그 깊이를 탐색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다음 장으로 함께 들어가보자.

경영학은 어떻게 학문이 되었는가 – 실무와 이론 사이의 다리

1. 경영학의 태동 – 산업혁명과 과학적 관리의 필요

경영학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 비교적 젊은 학문이다.
기계화와 공장 시스템의 도입은 노동력과 자원의 대규모 운영을 가능케 했고, 이에 따라 효율적인 관리의 필요성이 급격히 대두되었다. 테일러(F.W. Taylor)의 **과학적 관리론(Scientific Management)**은 이런 필요에 대응한 초기 경영학 이론이다. 그는 생산 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비체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노동의 동작을 분석해 표준화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헨리 페이욜(Henri Fayol)은 경영을 구성하는 **핵심 기능(Fayol's Five: 계획, 조직, 지휘, 조정, 통제)**을 정리하여 경영이 하나의 전문화된 기능 영역이라는 점을 이론적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고전적 경영 이론들은 경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려는 최초의 학문적 시도였으며, 오늘날까지도 경영학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2. 경영학의 학문적 특성 – 이론과 실천의 중간에 서다

2.1 응용학문(Applied Science)

경영학은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응용학문이다. 이는 물리학이나 순수 수학과 같은 순수학문(pure science)과 구별되는 특성이다.

경영학의 학문적 특성

즉, 경영학은 이론 그 자체보다, 현실에 적용 가능한 도구로서의 이론 개발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분야에서는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이론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AIDA 모델(Attention – Interest – Desire – Action)**이나 소비자 행동 모델, 브랜드 충성도 이론 등은 모두 이론화된 틀이지만, 실무에서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전략경영에서는 마이클 포터의 5 Forces Model이나 가치사슬(Value Chain) 분석처럼 현장의 전략 수립에 직접 활용되는 이론이 다수 존재한다.

2.2 융합학문(Interdisciplinary)

경영학은 단일한 학문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구성된 다학제적 체계를 갖춘 학문이다. 이는 경영이 다루는 주제가 복잡하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 경제학: 자원배분, 시장 분석, 가격 전략 등에서 경영학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 심리학: 조직 내 인간 행동, 동기부여, 리더십, 팀워크 등의 연구에서 필수적이다.
  • 사회학: 조직 문화, 제도 분석, 네트워크 이론 등 사회구조적 해석을 제공한다.
  • 통계학 및 수학: 의사결정, 예측, 분석 도구로써 정량적 접근에 기반한다.
  • 정치학 및 법학: 지배구조, 규제, 기업 윤리 등에서의 제도 분석에 활용된다.

이처럼 경영학은 다양한 학문과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실 문제 해결에 최적화된 복합 지식 체계를 갖추고 있다.

2.3 실증학문(Empirical Science)

경영학은 현상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론을 검증하는 실증적 접근을 매우 중요시한다.
대표적인 예로, 조직행동론에서 직원의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 직무만족(Job Satisfaction), 성과(Performance) 간의 관계를 설명할 때, 대부분 **설문조사와 통계분석(회귀분석, 구조방정식 등)**을 통해 이론적 모델을 검증한다.

경영학의 학문적 특성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대표적인 실증 연구 방법은 다음과 같다:

방법 설명
실험 설계(Experimental Design) 통제된 환경에서 변수의 인과관계 분석
사례 연구(Case Study) 특정 기업이나 사건에 대한 심층 분석
정량 연구(Quantitative Research)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일반화
정성 연구(Qualitative Research) 인터뷰, 참여관찰을 통한 해석 중심 접근
시계열 분석(Time Series) 시간 흐름에 따른 경제·경영 지표 분석

이러한 실증 방법론은 경영학을 **‘경험적이고 검증 가능한 학문’**으로 진화시켰으며, 이론이 공허한 추상이 되지 않도록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3. 경영학의 방법론 – 복잡성을 다루는 전략적 도구

경영학이 다루는 문제는 하나의 변수로 단순화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왜 A 기업은 성장했고 B 기업은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에는 수많은 요인(내부 역량, 외부 환경, 리더십, 제품 전략, 조직문화 등)이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복잡계적 문제를 다루기 위해 경영학은 다양한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다.

  • 경험기반 접근(Experience-Based Approach): 실무 현장에서 도출된 인사이트를 이론화
  • 모형 기반 접근(Model-Based Approach): 정량적 모델,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 도출
  • 설계 과학(Design Science): 새로운 해결책을 개발하고, 이를 테스트하며 실무에 적용

경영학의 방법론은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되고 조합되며, 실천성과 과학성 사이의 균형을 목표로 한다.

4. 경영학은 왜 독립된 학문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경영학이 독립 학문으로서 인정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내재적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4.1 고유한 연구 대상과 질문

경영학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한 자원 활용과 의사결정’을 주제로 삼는다.
이 주제는 경제학이나 심리학이 다룰 수는 있지만, 경영학은 이를 조직 중심, 전략 중심, 실천 중심으로 분석한다.

4.2 고유한 이론과 모델

  • 포터의 경쟁 전략 이론
  • 민츠버그의 조직 유형
  • 앤소프의 성장 벡터
  • 밸런스 스코어카드(BSC)
  • 자원기반이론(RBV)
  • 공유가치창출(CSV)

이들은 모두 경영학 내부에서 정립되고 발전된 경영학 고유의 이론 자산이다.

경영학의 학문적 특성

4.3 고유한 학문 공동체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경영대학원(Business School)**과 전문 학술지, 학회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 Harvard Business Review (HBR)
  •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AMJ)
  •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SMJ)
  • 경영학회, 전략학회, 조직행동학회 등

이들은 모두 경영학이 자율성과 체계를 가진 독립된 학문 공동체임을 증명한다.

5. 현대 경영학의 확장 – 시대의 변화를 읽는 학문

현대 경영학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연하고 다채로운 학문적 스펙트럼을 갖게 되었다.

  •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 등과 연계
  • ESG & 지속가능성: 기업의 존재 목적이 이윤에서 가치로 이동
  • 플랫폼 전략 & 네트워크 이론: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신경영 모형
  • 행동경제학, 심리학, 윤리학의 도입: 인간 중심 경영, 공감 리더십 등 강조

경영학은 이제 기술, 사회, 환경, 윤리, 정치와 결합된 거대한 통합적 지식 체계로 발전하고 있다.

경영을 학문으로 바라본다는 것 – 이론과 실천을 잇는 통찰의 힘

경영학이 단지 실무 지침서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수많은 기업의 흥망성쇠 속에서 우리는 배운다. 직관만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탁월한 경영은 우연이 아니라 지식과 통찰, 체계와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경영학은 단지 ‘기업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모든 조직과 인간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며, 개선하기 위한 학문으로 발전해왔다.

 

이 글에서 우리는 경영학이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된 역사적, 이론적 맥락을 살펴보았다.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과학적 관리와 행정관리 이론에서 출발하여, 경영학은 조직이라는 복잡한 실체를 설명하고 통제하기 위한 체계적 탐구를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인접 학문들과 연결되었고, 이론적 모형과 실증적 연구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독자적 정체성을 확보해왔다.

경영학의 학문적 특성

 

무엇보다 경영학의 가장 큰 특징은 실천과 이론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고, 현실은 이론을 시험한다. 이 순환적 구조 속에서 경영학은 계속 진화해왔다. 경영학의 모델과 이론은 종종 시장과 조직,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나침반이 되어준다. 마이클 포터의 산업구조 분석, 민츠버그의 조직 모형, 페이욜의 경영 기능론, RBV(자원기반이론), ESG 프레임워크, 플랫폼 전략 등이 그러한 예다. 이들은 모두 단순한 설명을 넘어서 행동 지침이 될 수 있는 이론이라는 점에서 경영학만의 강점을 보여준다.

 

경영학이 학문으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적 탐구의 대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경영학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적 도구이자, 실천적 의사결정을 위한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증가하는 오늘날, 경영학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전략을 설계하며,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지식의 체계로 작동한다. 특히 ESG, 디지털 전환, 지속가능성, 윤리경영 등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경영학은 더 넓고 깊은 차원의 연구와 적용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경영학은 우리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 속 학문이기도 하다. 작은 조직을 이끄는 관리자, 학급을 이끄는 교사,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기획자,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경영의 영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경영학은 더 이상 기업의 CEO나 MBA 수료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경영학은 오늘날 시민 모두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21세기형 실용 교양학문이다.

 

결국, 경영학을 학문으로 배운다는 것은 현실을 보는 ‘눈’을 기르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틀’을 배우며, 조직과 사람을 설계하는 ‘방법’을 익히는 일이다. 우리는 경영학을 통해, 무질서해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질서를 읽어내고, 예측 불가능한 변화 속에서도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나은 조직, 더 나은 의사결정,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

 

경영학은 이제 ‘무엇을 경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그리고 ‘왜 그렇게 경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이론과 실천, 분석과 통찰, 사람과 조직을 잇는 이 학문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되묻는 일은 곧,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지를 성찰하는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시대, 경영학은 단지 조직의 생존 전략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통합적 해답을 제시하는 학문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경영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단지 기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경영하는 힘을 배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