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말하는 새로운 음주 문화, ‘소버 큐리어스’
요즘 술자리에 가보면 예전과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고 느끼실 때가 많으실 겁니다. 예전 같으면 당연하다는 듯 소주나 맥주가 돌아가던 자리에서, 이제는 제로 콜라나 탄산수, 무알코올 맥주를 시키는 사람이 꽤 눈에 띄고, “오늘은 컨디션 관리 중이라 알코올은 패스할게요”라고 말하는 젊은 직장인도 많아졌습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은 표현이 바로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소버 큐리어스는 술과 거리를 두며, 술 없는 삶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직접 경험해 보려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평생 술 끊겠다”라고 선언하는 금주와는 결이 다르고, 건강검진 이후 억지로 술을 줄이는 절주와도 느낌이 다릅니다.
“내가 왜 술을 마시는지, 술을 쉬면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해서 시작하는 작은 실험”에 더 가깝습니다.
소버 큐리어스, 말 그대로 풀어보면?
먼저 영어 표현부터 천천히 짚어 보겠습니다.
- Sober :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 맑은 정신
- Curious : 궁금해하는, 알고 싶어 하는
따라서 Sober Curious를 직역하면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소버 큐리어스가 알코올 의존을 치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주를 선택한 사람만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소버 큐리어스라는 표현은 영국 출신 작가 루비 워링턴(Ruby Warrington)이 자신의 책 《Sober Curious》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는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알코올 없이 사는 삶이 더 나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술을 ‘당연한 사회적 관습’처럼 받아들이기보다,
-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무엇인지
- 술을 줄이면 잠, 감정, 인간관계, 생산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 맑은 정신으로 살아가는 날들이 더 많아질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만들었습니다. 이때 궁금함에서 출발해 술과의 관계를 조정해 보려는 태도, 그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두고 소버 큐리어스라고 부릅니다.
금주·절주와 무엇이 다를까? – ‘태도’가 핵심
겉으로 보기에는 술을 덜 마신다는 점에서 금주, 절주와 비슷해 보이지만, 소버 큐리어스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출발점과 태도입니다.
금주와 절주, 그리고 소버 큐리어스의 차이
- 금주
- 술을 아예 입에 대지 않기로 한 선택입니다.
- 종교적 신념, 건강 문제, 알코올 의존 경험 등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나는 술을 끊었다”라는 결단이 중심에 있습니다.
- 절주
- 술 마시는 횟수나 양을 줄이려는 선택입니다.
- 다이어트, 간 건강, 다음 날 피로 감소 등 실질적인 목표가 중심에 있습니다.
- “예전보다 덜 마시겠다”라는 규칙이 중요합니다.
- 소버 큐리어스
-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술이 없는 삶에서는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해서 직접 시험해 보는 태도”입니다.
- 평생 금주하겠다는 맹세보다 호기심과 자기 관찰이 중심에 있습니다.
- “오늘 내 몸 상태와 감정 상태를 고려했을 때, 마실지 말지를 스스로 선택하겠다”라는 관점에 가깝습니다.
소버 큐리어스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술자리에 가서도 자동으로 잔을 채우기보다, 마음속에서 이런 질문을 한 번 더 던져 봅니다.
- 오늘 정말 술맛이 생각나서 마시고 싶은지
- 스트레스 때문에 습관적으로 찾는 건 아닌지
- 내일 아침 컨디션을 생각하면 어떤 선택이 더 나에게 이로운지
이 과정을 통해 술과 나 사이에 ‘한 뼘의 거리’를 의식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바로 소버 큐리어스의 핵심이라 볼 수 있습니다.
MZ세대가 이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 – “내 삶의 주도권”
요즘 소버 큐리어스라는 표현은 특히 MZ세대와 자주 함께 언급됩니다. 이유를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1. 건강과 멘탈케어에 대한 관심
운동, 영양, 수면, 멘탈 관리에 관심이 많은 세대일수록 음주 후 컨디션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낍니다.
- 술을 마신 다음 날 집중력이 떨어지고
- 사소한 일에도 기분이 가라앉고
- 운동 효과도 줄어드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삶의 리듬과 술이 정말 잘 어울리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소버 큐리어스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우선순위에 두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입니다.
2. “남들이 하니까”에서 “내가 선택해서”로
MZ세대는 무언가를 할 때
“모두가 그러니까 따라간다”
보다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알고 싶다”
라는 관점이 강합니다. 회식 문화도 이 흐름 안에서 변하고 있습니다.
- 강압적인 술 권유를 불편하게 느끼고
- 술을 마시지 않아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선호하며
- “각자 편한 만큼 마시자”라는 분위기를 지향합니다.
소버 큐리어스는 술을 거부하는 운동이라기보다, 술을 마실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을 본인에게 다시 돌려주는 태도라는 점에서 MZ세대의 가치관과 잘 맞습니다.

3. 이미지보다 컨디션이 중요한 시대
SNS, 유튜브, 브이로그가 일상이 되면서 ‘어떻게 보이는가’ 못지않게 ‘오늘 내가 어떤 상태인지’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 중요한 발표, 촬영, 미팅, 데이트가 있는 날
- 전날 과음으로 얼굴이 붓고 머리가 무거운 상황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 정도 술자리라면 굳이 알코올까지 필요하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소버 큐리어스는 이런 일상적인 고민에 깔끔한 답을 제시합니다.
전 세계를 휩쓴 ‘드라이 재뉴어리’와 무알코올 열풍
소버 큐리어스 흐름은 구호나 이론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인 캠페인과 시장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
- 이름 그대로 ‘술 없는 1월’을 의미합니다.
- 1월 한 달 동안 알코올을 마시지 않고 지내 보자는 캠페인입니다.
- 2013년 영국의 한 자선단체에서 시작했으며, 이후 미국·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참여자들은 한 달 동안
- 잠이 깊어졌다
-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
- 아침에 덜 피곤하다
- 불필요한 소비가 줄었다
와 같은 변화를 경험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새해가 되면 ‘드라이 재뉴어리’가 하나의 연례 건강 챌린지처럼 자리 잡는 분위기입니다.

무알코올 시장의 성장
국내에서도 무알코올·저알코올 음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입니다.
-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0년 약 236억 원 규모에서
- 몇 년 사이 700억 원을 넘보는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 무알코올 맥주
- 논알콜 와인
- 다양한 모크테일 제품
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같은 흐름 안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운전자용’ 정도로 여겨지던 무알코올 음료가, 이제는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음료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소버 큐리어스를 실천하는 현실적인 방법
이제 가장 현실적인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나도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거창한 결심보다 생활 속에서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방법부터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내 음주 패턴부터 가볍게 돌아보기
먼저 지금 나의 음주 습관을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큰 출발이 됩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 정도 이런 내용을 기록해 볼 수 있습니다.
- 이번 주에 술을 마신 날은 몇 번인지
- 누구와 어떤 상황에서 마셨는지
- 술을 찾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 스트레스
- 심심함
- 사교적 분위기
- 기분 전환
- 마신 다음 날
- 수면의 질
- 기분과 에너지
- 집중력과 업무 효율
이렇게 정리해 보면, 술이 내 일상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훨씬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소버 큐리어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2. ‘술 없는 하루’부터 정해 보기
드라이 재뉴어리처럼 한 달 전체를 도전해도 좋지만, 처음에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무알코올 데이’를 만들어 보는 방법도 괜찮습니다.
- 예: “수요일은 무조건 술 없이 보내는 날로 정하자”
- 혹은 “평일에는 술을 쉬고, 주말에만 마시되 양을 의식적으로 줄여 보자”
이렇게 나에게 맞는 규칙을 정하면, 스스로 지키기에도 훨씬 부담이 덜합니다. 그 과정에서
- 수면
- 집중력
- 기분
-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감정
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해 보는 것이 소버 큐리어스의 중요한 경험입니다.

3. 무알코올 대체 음료 활용하기
술자리 자체를 피해야만 소버 큐리어스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선택지가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 무알코올 맥주
- 논알콜 와인
- 과일 베이스 모크테일
- 탄산수, 콤부차, 허브티
같은 음료를 활용하면 분위기는 즐기면서도 알코올 섭취는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상대방도 “오늘은 컨디션 관리 중인가 보다”라며 오히려 이해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정중하게 거절하는 표현 연습하기
현실에서 가장 난감한 순간은 아무래도 술 권유를 받을 때일 겁니다. 이때를 대비해 미리 ‘나만의 문장’을 준비해 두면 마음이 훨씬 편해집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 있습니다.
- “요즘 수면 관리 중이라 오늘은 알코올은 쉬어보려고요.”
- “이번 달에는 술 줄이는 챌린지 중이라, 무알콜로 응원하겠습니다.”
- “내일 중요한 일정이 있어서 오늘은 맑은 정신으로 자고 싶어요.”
상대도 이유를 들으면 대부분 이해해 줍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건강과 컨디션을 소중히 여기겠다는 태도를 스스로부터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5. 경험을 기록하고, 필요하다면 공유하기
소버 큐리어스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기록하기입니다.
- 오늘 술을 쉬었더니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 술을 줄인 지 일주일째 되는 날, 몸과 마음의 변화를 어떻게 느꼈는지
- 회식 자리에서 무알콜을 선택했을 때 분위기가 어땠는지
이런 내용을 간단히 메모 앱이나 노트에 적어두면 좋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눈에 보이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이것이 다시 한 번 긍정적인 동기가 됩니다. SNS에 간단히 공유하면서 비슷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술을 끊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아끼는 연습
소버 큐리어스는 거창한 운동이나 규율이 아니라, 나와 술 사이의 관계를 한 번쯤 점검해 보자는 제안에 가깝습니다.
- 억지로 참는 금욕이 아니라
- 나의 몸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자기 돌봄의 한 방식이며
- 남들이 이끄는 술자리에서 벗어나 내가 선택하는 음주 문화로의 전환입니다.
하루아침에 무언가를 완벽하게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그 대신 이런 질문 하나만 마음속에 살짝 올려두면 충분합니다.
“오늘 내 몸과 마음을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가?”
소버 큐리어스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술을 마실 자유도, 술을 쉬어볼 자유도 모두 내 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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